혹시 주변에 특정 분야에 놀라운 집중력과 지식을 보이는데, 사회적인 관계나 의사소통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나요? 혹은 본인 스스로가 그렇다고 느끼시나요?
과거 이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이라는 진단명이 내려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용어 대신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라는 더 넓은 범주의 진단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사라진 걸까요? 오늘은 과거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불렸던 특징들은 무엇인지, 왜 진단명이 변경되었는지, 그리고 현재는 어떻게 이해하고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자폐 스펙트럼 장애)
- 역사 속 아스퍼거 증후군: 과거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4)에서는 '전반적 발달 장애'의 한 종류로 분류했습니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인 어려움: 타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친구를 사귀거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서툴렀습니다. 비언어적인 의사소통(표정, 몸짓 등)을 이해하거나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관심사 및 활동: 특정 주제(예: 공룡, 기차, 특정 연예인 등)에 매우 깊고 강렬하게 몰입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나 일과에 집착하기도 했습니다.
- ★ 언어 및 인지 발달 지연 없음 ★: 이것이 과거 '고전적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이었습니다. 즉, 어린 시절 언어 발달이나 지능 발달에는 뚜렷한 지연이 없거나 오히려 평균 이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 현재의 이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로의 통합: 2013년 미국정신의학회 진단 기준인 DSM-5가 개정되면서, 별도의 진단명은 공식적으로 사라지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라는 하나의 진단명 아래 통합되었습니다. 국제질병분류(ICD-11)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왜 통합되었을까?: 언어 지연이 없는 '고기능 자폐증'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자폐적 특성이 연속적인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는 이해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 현재의 진단: 과거 진단받았을 만한 사람들은 현재 개인의 기능 수준과 필요한 지원 정도에 따라 '수준 1(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즉, '아스피'의 특징을 가진 사람들은 자폐 스펙트럼의 일부로 이해됩니다.
- 용어 사용: 하지만 진단명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비공식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 또는 '아스피(Aspie)'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러한 특정 프로파일을 가진 자신이나 타인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도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고 용어를 사용합니다.
주요 특징들: 사회적 상호작용, 관심사, 감각 민감성 (특징 및 강점)
과거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불렸던, 현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수준 1에 해당할 수 있는 사람들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모든 특징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개인차가 매우 큽니다.)
- 사회적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의 어려움:
- 타인의 표정, 목소리 톤, 몸짓 등 비언어적 단서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 농담, 비유, 반어법 등 문맥 속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 곧이곧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대화를 시작하거나 이어나가는 것, 특히 상호적인 대화(주고받는 대화)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 친구를 사귀거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서툴거나 어려움을 겪습니다.
- 사회적 규칙이나 눈치껏 행동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 때로는 부적절하거나 직설적인 행동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 다른 사람과의 눈 맞춤이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 제한된 관심사 및 반복적인 행동:
- 특정 주제(공룡, 기차, 우주, 특정 숫자나 패턴 등)에 대해 매우 깊고 강렬한 흥미를 보이며,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일상생활에서 정해진 규칙이나 절차를 따르려는 경향이 강하며, 예상치 못한 변화에 불안감을 느끼거나 적응하기 어려워합니다.
- 반복적인 신체 움직임(손가락 튕기기, 몸 흔들기 등)이나 특정 물건에 대한 집착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덜 두드러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 감각 민감성:
- 특정 소리, 빛, 냄새, 맛, 촉감 등에 대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훨씬 예민하거나(과민성) 또는 둔감한(과소성)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소음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거나, 특정 질감의 옷을 입지 못하거나,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 등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강점 및 기타 특징:
- 평균 또는 평균 이상의 지능(IQ): 지적 장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언어 발달: 어린 시절 뚜렷한 언어 발달 지연은 없습니다. 오히려 어른스러운 말투나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 대화의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화용 언어 능력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뛰어난 집중력과 기억력: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놀라운 집중력과 상세한 기억력을 발휘합니다.
- 정직함과 솔직함: 규칙을 잘 지키고 거짓말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독창적인 시각: 남들과 다른 독특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왜 나타날까? (신경 발달의 원리 및 원인)
후천적인 양육 방식이나 환경의 문제라기보다는, 선천적인 뇌신경 발달 방식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 발달 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입니다. 즉, '병'에 걸렸다기보다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다르다'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이를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관점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유전적 요인: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여러 유전자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신경학적 요인: 뇌 구조 및 기능의 차이, 신경 세포 간의 연결 방식 차이 등이 관찰됩니다.
- 환경적 요인 (상호작용): 임신 중 특정 약물 노출이나 감염, 출생 시 합병증, 고령의 부모 등 일부 환경적 요인이 유전적 취약성과 상호작용하여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지만, 환경적 요인 단독으로 장애를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 중요: 예방 접종(백신)은 장애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졌습니다.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단과 지원은 어떻게? (진단 과정 및 지원 전략)
아스퍼거 증후군(현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진단과 지원은 개인의 특성과 필요에 맞춰 이루어져야 합니다.
- 진단 과정 (현재는 ASD 진단):
- 혈액 검사나 뇌 영상 촬영 등으로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또는 관련 전문가(임상심리전문가 등)가 아동의 발달력, 행동 관찰, 부모/교사 면담, 표준화된 진단 도구(ADOS-2, ADI-R 등) 결과 등을 종합하여 DSM-5 또는 ICD-11의 장애 진단 기준에 따라 신중하게 진단합니다.
- 성인의 경우에도 과거 발달력에 대한 정보와 현재의 어려움, 임상 관찰 등을 통해 진단이 가능합니다. 최근 성인 진단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 지원 및 중재 전략: '완치'의 개념보다는, 개인이 가진 강점을 살리고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보완하여 사회에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Support)'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 사회 기술 훈련: 비언어적 단서 이해, 대화 기술, 친구 사귀기, 갈등 해결 등 사회적 상황에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고 연습합니다. (개별 또는 그룹 형태)
- 인지 행동 치료(CBT): 불안, 우울, 분노 조절 어려움 등 흔히 동반되는 정서적 문제들을 다루고 대처 기술을 향상시킵니다.
- 언어 치료: 사회적 맥락에 맞는 언어 사용(화용 언어)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작업 치료: 감각 민감성 문제에 대처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일상생활 기술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교육적 지원: 학교 환경에서 구조화된 학습 환경 제공, 시각적 자료 활용, 예측 가능한 일과 설정, 또래 관계 지원, 시험 등에서 필요한 편의 제공(예: 조용한 공간) 등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가족 지원 및 교육: 가족들이 장애의 특성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며 지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 약물 치료: 장애 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없지만, 동반되는 심각한 불안, 우울, 강박 증상, 과잉 행동, 수면 문제 등을 조절하기 위해 의사의 판단 하에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C9 bwKG_ZpnY? si=ctyStojRJ3 uVDqLt
아스퍼거 증후군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 진단 변화, 성인 등)
Q1: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나요?
A: 네, DSM-5(2013년), ICD-11 등 주요 국제 진단 기준에서는 더 이상 독립된 진단명으로 사용하지 않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통합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진단받았거나, 혹은 장애 중에서도 언어 및 지능 발달 지연이 없는 특정 프로파일을 설명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사용되기도 하며, 당사자 중 일부는 '아스피(Aspie)'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Q2: 아스퍼거 증후군(자폐 스펙트럼 장애)은 지능이 낮은 건가요?
A: 아닙니다. 과거 진단 기준 자체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인지 발달 지연이 없음'을 포함했습니다. 현재 장애로 진단되는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수준 1) 평균 또는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진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오히려 특정 관심 분야에서는 뛰어난 능력과 전문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지적 장애가 함께 동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Q3: 성인이 되어서 아스퍼거 증후군(자폐 스펙트럼 장애)으로 진단받을 수도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았거나, 본인이나 주변에서 특성을 잘 인지하지 못했거나, 혹은 스스로 노력하여 어느 정도 적응해 오다가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 직장 생활, 연애 등 복잡한 상호작용 요구가 증가하면서 어려움을 크게 느끼고 진단을 받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성인 진단 시에는 현재 어려움과 함께 어린 시절 발달 과정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Q4: 아스퍼거 증후군(자폐 스펙트럼 장애)은 치료하면 '낫는' 병인가요?
A: 장애는 '병'이라기보다는 선천적인 신경 발달 방식의 차이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따라서 '완치'의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개인이 가진 어려움을 완화하고 사회적응 능력을 향상하며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평생에 걸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치료와 관리의 목표입니다.
마무리하며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이름은 공식 진단명에서는 사라졌지만, 그 이름이 가리켰던 독특한 특성들 사회적 소통의 어려움 속에서도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열정과 능력을 보이는 모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더 넓은 우산 아래에서 여전히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명칭의 변화가 아니라, 신경 발달 방식의 차이를 가진 개인들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이해하고, 그들이 가진 어려움에는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며 강점은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인식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입니다.
혹시 본인이나 자녀가 증상의 특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여 정확한 평가와 필요한 지원에 대한 안내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이 글이 아스퍼거 증후군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데 기여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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